재미 편 - 지금 이 사이트에 구현된 3개 정리
앞의 두 편은 업무에 바로 붙는 도구들이었고, 이번엔 그 반대 성격입니다. 실용성을 크게 따지지 않고 만든 재미 카테고리입니다. 시리즈로는 마지막 편입니다.
도구가 꼭 생산성만 올려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 점심 메뉴 못 정해서 5분째 서 있을 때, 발표 슬라이드 제목을 조금이라도 멋있게 뽑고 싶을 때, 월요일 아침 업무 창 열기 전에 작은 농담 한 줄 끼고 싶을 때. 그런 순간에 꺼내 쓰는 자리도 사이트에 하나쯤 있는 게 맞다고 봅니다.
세 도구 중 운세 하나만 서버를 거칩니다. 메시지를 DB에서 무작위로 한 줄 꺼내오는 용도라 넘어가는 건 언어 코드뿐이고, 나머지 두 도구는 전부 브라우저 안에서 끝납니다. 룰렛은 설정한 내용이 URL에 얹혀 공유되지만, 그 링크도 항목을 인코딩한 값이라 서버로는 아무것도 가지 않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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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룰렛
점심 메뉴 못 정했을 때, 회의실 청소 당번을 “공정하게” 뽑아야 할 때, 미뤄둔 할 일 세 개 중 뭐 먼저 할지 결정해야 할 때. 이런 순간에 가장 많이 씁니다.
기본으로 세 개 항목이 깔려 있고, 거기에 원하는 만큼 덧붙입니다. 항목은 최소 2개부터 최대 20개까지 받습니다. 라벨을 쓰고 색상을 고르면 원판이 실시간으로 다시 그려집니다. 색상은 20가지 팔레트에서 고를 수 있고, 순서를 무작위로 섞는 버튼도 같이 있습니다.
가중치 기능은 일부러 넣지 않았습니다. 룰렛에 결정을 맡긴다는 전제 자체가 “모든 선택지에 동등한 기회”라는 감각 위에서 돌기 때문입니다. 회전은 4초 동안 다섯 번 이상 돌고 멈춥니다.
세팅한 룰렛은 URL로 공유됩니다. “오늘 점심 뭐 먹지” 같은 3~4개 항목을 한 번 만들어 사내 채팅에 링크로 던지면, 같은 원판이 상대 기기에서도 똑같이 돕니다. 매주 돌리는 고정 룰렛이라면 북마크해두고 써도 됩니다.
→ 룰렛
2. ASCII 아트
README의 대문 타이틀을 텍스트 로고처럼 뽑고 싶을 때, 커밋 메시지 위에 큼지막한 구분선을 얹고 싶을 때, 슬랙에 평범한 문구 대신 텍스트 아트로 한 줄 갈길 때.
폰트는 10가지 들어있습니다. 기본 Standard 외에 Banner, Big, Block, Doom, Lean, Slant, Small, Speed, Star Wars. 이름에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짐작되지만 실제로는 클릭해서 바로 비교하는 게 빠릅니다. 입력하면 300ms 뒤에 결과가 다시 그려지기 때문에, 폰트를 순서대로 훑어보며 마음에 드는 걸 골라도 손이 바쁘진 않습니다.
출력 너비는 40/60/80/100/120/160 여섯 단계에서 고릅니다. 터미널에서 쓸 건지, Markdown 코드 블록에 넣을 건지에 따라 어울리는 너비가 달라지는데, 저는 README용으로는 6080, 터미널 배너용으로는 100120을 주로 씁니다.
한 가지 주의할 점은 figlet 기반이라 입력이 영문·숫자·기호에 한정된다는 겁니다. 한글을 넣으면 경고가 뜨고 결과는 대부분 깨져 나옵니다. 길이는 500자까지 받지만 폰트에 따라 너비가 금세 터지니 한 줄 제목 용도로 보는 게 맞습니다. 결과는 한 번 클릭으로 클립보드에 들어갑니다.
→ ASCII 아트
3. 운세
월요일 업무 탭을 열기 직전, 흐름을 한 번 끊고 싶은 오후 3시, 동료가 “오늘 운세나 볼까” 하고 농담처럼 던졌을 때.
쿠키 아이콘을 누르면 서버에서 랜덤 문구 하나를 꺼내옵니다. “재미로만 봐주세요” 같은 면책 문구가 아래 한 줄로 같이 붙는데, 이건 로케일별로 준비된 다섯 개 중에 하나가 무작위로 뽑혀 나옵니다. 메시지와 면책이 매번 다르게 조합되니까, 같은 메시지가 두 번 떠도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게 읽힙니다.
재뽑기에 제한은 없습니다. 마음에 드는 한 줄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을 눌러도 되고, 그냥 한 번 열고 닫아도 됩니다. 하루 한 번 제한이나 기록 저장 같은 기능은 굳이 넣지 않았습니다. 그런 무게감이 붙어야 할 도구는 아니라고 봐서.
서버로 넘어가는 건 언어 코드(ko 또는 en) 하나뿐입니다. 세션이나 계정 같은 식별자는 같이 가지 않고, 서버가 하는 일도 DB에서 랜덤 한 줄을 뽑아 돌려주는 게 전부입니다.
→ 운세
마치며
세 편을 관통해 쓴 기준은 “내가 계속 쓰게 되는가” 한 가지였습니다. 개발자 편은 업무 중에, 사용편의성 편은 일상에서, 재미 편은 그 사이의 틈에서. 각자 다른 상황을 담당하지만 “매번 구글 검색하거나 광고 많은 사이트에 들어가는 게 피곤하다”는 출발점은 같았습니다.
앞 두 편은 개발자 도구 편과 사용편의성 편에서 봐주시면 됩니다. 이 사이트를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는 첫 글에 더 길게 풀어뒀습니다.
재미 도구는 업무 도구보다 아이디어를 받기 더 좋습니다. “이런 거 만들면 한번은 써볼 것 같은데” 싶은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. 네 번째 재미 도구가 붙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.